기업에 AX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은 "지금 제일 좋은 모델이 뭐냐"다. 그 모델로 표준을 잡고 사내 도구를 그 위에 올리겠다는 뜻이다. 전제는 단순하다 — 발표된 가장 강한 모델이 곧 도입할 모델이라는 것.
6월 26일 OpenAI의 GPT-5.6 공개는 그 전제를 깬다. 같은 날 같은 제품군으로 나왔지만, 가장 센 모델은 받을 수 없고, 받을 수 있는 모델은 가장 세지 않다. 발표와 도입 사이에 정책이 끼어들었다.
가장 센 모델은 발표됐지만 살 수 없다
제품군의 플래그십 Sol은 "프런티어 추론과 장기 에이전트 작업"을 내세운다. 그러나 공개 첫날 일반 사용자는 받을 수 없다. API와 Codex를 통해 소수의 신뢰 파트너에게만 열렸고, 신청 창구도 대기열도 없다. OpenAI는 이 제한이 미국 정부와의 조율 아래 이뤄졌다고 밝혔고, 한 보도에 따르면 OpenAI 스스로 이 정부 통제형 접근을 "지속 불가능"하다고 표현했다. 정식 공개 시점은 "앞으로 몇 주 안"으로만 적혀 있다.
문이 닫힌 이유는 성능이다. Sol은 OpenAI가 내놓은 모델 중 사이버보안에 가장 능하다. ExploitBench에서 경쟁 모델과 맞먹는 결과를 출력 토큰의 약 3분의 1로 내고, 생물학 평가에서도 직전 모델을 앞선다. 모델을 플래그십으로 만든 능력 — 취약점 탐색, 분자생물학 — 이 곧 규제의 사유다. 강할수록 닫힌다.
도입은 그 아래 싼 모델 위에서 돌아간다
같은 제품군의 나머지는 목적이 다르다. Terra는 GPT-5.5급 성능을 절반 가격에 낸다고 적혀 있고, Luna는 가장 빠르고 싼 막내다. 회사가 대량으로 돌릴 반복 작업 — 분류, 추출, 1차 초안 — 은 Sol이 아니라 이 둘로 충분하다.
| 모델 | 입력/출력 (100만 토큰) | 위치 |
|---|---|---|
| Sol | $5 / $30 | 플래그십, 현재 파트너 한정 |
| Terra | $2.5 / $15 | 5.5급 성능, 절반 가격 |
| Luna | $1 / $6 | 가장 빠르고 싼 막내 |
대가는 분명하다. 싼 쪽을 고르면 가장 어려운 추론·보안 과제의 상한을 포기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내 업무는 그 상한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필요한 건 충분히 정확하고, 값싸게 많이 돌릴 수 있고, 언제든 갈아끼울 수 있는 모델이다.
이건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 패턴이다
같은 일이 6월에 한 번 더 있었다. Anthropic은 6월 9일 Fable 5를 공개하고 사흘 뒤,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지시로 Fable 5와 Mythos 5 접근을 중단했다. 미국발 프런티어 모델의 출시는 이제 제품 사건이자 규제 사건이다. 발표 시점과 그 모델을 실제로 사내에 깔 수 있는 시점 사이에 시차가 생겼고, 그 시차는 모델이 강할수록 길고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제일 좋은 모델"을 기준으로 표준을 잡으면, 접근 시차가 가장 길고 파트너 명단·수출정책에 묶인 모델 위에 회사를 올리게 된다. 도입 설계의 기준은 벤치마크 1위가 아니라, 지금 구할 수 있고 갈아끼울 수 있는 모델이어야 한다.
조녁컴퍼니가 AX 전환을 "어떤 모델을 쓸까"가 아니라 "구할 수 있는 모델 위에서 일을 어떻게 설계하고, 모델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게 어떻게 묶을까"의 문제로 가르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발표된 모델과 도입할 모델은 더 이상 같지 않다. 사업영역 →